사랑하는 우리 딸들에게.
오늘 아빠가 간만에 시간을 내서 우리 딸들에게 소회를 쓰려고 한다. 창밖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막둥이는 너튜브로 바비인형 만들기를 시청중에 있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히죽히죽 거리면서 초집중을 하고 있지~ 언니들은 엄마랑 베프와 함께 즐거운 주말을 보내고 있겠지?
아빤, 정말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아주 평범한 한 중소기업의 직장인이지.
언젠가 우리둘이 대화를 나누던 것이 기억이 나네.
"우리 딸~ 공부하느라 힘들지? 이제 초등 대선배 대열에 합류하는데 챙겨야할 과목도 많아지고 알아야 할것들도 많아지고 수학은 조금더 어려워지고... "
"솔직히 힘드네"
"공부는 정말 어려운 거지 그리고 정말 꾸준히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 서울대생이 한 말이 한구절 기억이 나는데, 서울대 가려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응. 몰라~"
"쌍욕을 100만번하면서 계속하면 갈수 있다고 하던데, 아빤 가슴 깊숙이 그말이 와닿았어. 퐉! 와닿는 말이야"
"쌍욕 100만번?"
"응. 하기 싫어도 걍 하는거지. 그러다 짜증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 이런 x~ 그만큼 고되고 고된 자신과의 싸움이지."
"ㅎㅎㅎ"
"저기~ 저 건물 보이지?"
"응."
"저 건물이 바로 세계가 알아주는 삼X전자 빌딩이야~ 유수의 인재.. 음. 그러니까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회사야~ 우리집 TV도 저기서 만들고 있고... 나두 저기 가고 싶었는데 공부를 잘 못해서...ㅋㅋ"
"그럼 아빠~ 바보야"
"헉"
"그건 아니고, 열심히 안해서 10분도 안되는 저기 못가고 왔다리 갔다리 4시간 걸리는 곳에서 일하고 있지. 새벽별 보고 저녁달 보고... ㅋㅋ 사랑하는 우리 딸과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은데도 어쩔수 없이 그리해야 하는..."
"우리 따님~ 생각은 어때? 멀고 힘든 길과 가깝고 편한 길! 우리 공주님의 선택은?"
"당근 편하게 살고 시퍼~ 아빠랑 오래오래. 츄~~"
"그럼, 담엔 우리 편한 가난의 길과 불편한 부의 길도 한번 생각해 볼까!"
우리의 짧은 대화지만 아빠에겐 깊은 울림이 있었던 대화였지.
적어도 영어, 수학, 국어는 말이지~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꾸준히 지속적으로 해야만 느는거 같아. 수십년째 깨작깨작하고는 있는데 큰 변화가 없네. 특히 영어는 내려 놓기도 그렇고 갖고 가기도 좀 머해. 먹고 사는데 큰 불편함도 없고 쓸일도 없고 그런데 말이야~ 묘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늘 한구석에 있는 요물단지와도 같고, 또... 가장 큰 명분인 아빠의 솔선수범...음... 또 왜 안되는 거지라는 숙원의 의문...그런것 때문에 손을 놓지 못하고 있네.
딸~ 우리 유혹에 넘어가지 말자~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상업용 멘트. 왕초보 영어~ xxx토익,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 100단어 영어회화의 기적, 1개월만 하면 영화자막없이 영화볼 수 있다... 아빠 생각엔 우리 유리주머니를 털고자 하는 얘기로 들리네.
딸! 소매 걷고 나름 영어 제대로 해보려할 때 동기가 필요해서 젤 쉬운 목표인 "영어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세웠는데, 지금 시점에 돌아보면, 그건 정말 왕초보가 아무것도 모를때 용감하게 무식하게 세운 목표인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왜냐고~~ 궁금해? 궁금하지?
헤헤~ 담에 시간내서 또 얘기해 줄께.
이 편지가 나중에 우리딸 쌍욕 한번 할때 즈음 여러면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아빠의 경험과 생각을 여기 적어둘께.
무사통과 볼 기회가 없다는 더 좋겠지...그러길 바라며,
대견하고 사랑하는 우리딸에게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여느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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